aha282ad 님의 블로그

aha282ad 님의 블로그 입니다.

  • 2025. 4. 30.

    by. aha282ad

    목차

      기독교 신앙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창조되었음을 강조할 뿐 아니라, 타락으로 인해 이 형상이 훼손되었으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 형상이 회복된다는 복음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창조, 타락, 구속, 영화로 이어지는 기독교 구속사적 흐름 속에서, 인간 존재의 회복은 단순한 도덕적 개선이나 심리적 안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본래 의도하신 형상을 온전히 회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본 글에서는 하나님의 형상 회복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 존재가 어떻게 새로워지는지, 그리고 이 회복이 오늘날 개인적, 공동체적 삶에 어떤 실질적 의미를 지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기독교적 자아 이해가 단순한 자기 발견을 넘어, 존재의 전적 갱신을 지향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자아

       

      1. 하나님의 형상: 창조와 인간 존재의 본질

      창세기 1장 26~27절은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으로 창조되었음을 선언합니다. 고대 근동의 창조 신화들과 비교할 때, 성경은 인간의 지위에 대해 혁명적인 선언을 합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는 왕만이 신의 형상으로 여겨졌지만, 성경은 모든 인간이—성별, 인종,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음을 천명합니다. 이는 기독교 인류학의 토대이자 인간 존엄성의 근원적 근거가 됩니다.

      초기 교부들은 ‘형상’(imago)과 ‘모양’(similitudo)을 구별하여 설명했습니다. 이레니우스(Irenaeus)는 형상은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성, 자유의지, 관계성 등)을 의미하고, 모양은 하나님을 닮아가는 영적·도덕적 성숙을 가리킨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인간 존재가 본질적으로 하나님을 향해 열려 있으며, 성화(sanctification)라는 과정을 통해 점점 더 하나님의 모양을 이루어간다는 동적 인간 이해를 가능하게 합니다.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는 인간 이성이 하나님의 형상의 핵심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신학대전』에서 인간이 자연적 이성으로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주장하며, 이성의 존엄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은혜 없이는 인간 이성이 타락으로 인해 충분히 하나님께 이르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형상’은 단순한 외적 닮음이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이성, 자유, 도덕성, 관계성, 창조성—에 깊이 새겨진 신적 반영입니다. 그러나 이 형상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성장하고 완성되어야 하는 역동적 현실입니다.

       

      2. 타락: 형상의 훼손과 인간 정체성의 붕괴

      창세기 3장은 인간이 하나님을 떠나 자기중심적 자율성을 추구함으로써, 존재의 중심을 상실하게 되었음을 극적으로 묘사합니다. 타락은 단순히 윤리적 실수나 규범 위반이 아니라, 인간 존재 전체의 방향 전환, 곧 하나님 중심에서 자기 중심으로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는 『신국론』(De Civitate Dei)에서 타락을 "인간 의지의 하나님으로부터의 이탈"로 정의했습니다. 그는 인간 이성이 어둡게 되었고, 의지는 왜곡되었으며, 인간 전체가 '정렬된 사랑'(ordo amoris)을 잃어버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인간은 더 이상 하나님을 최고의 선으로 사랑하지 않고, 자신과 피조물을 우상화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타락의 결과, 인간은 자신의 참된 정체성을 상실하고, 수치심, 두려움, 소외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근대 실존철학자들이 제기한 인간 소외(alienation)의 문제와도 깊은 상응을 이룹니다. 키에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타락한 인간 존재를 "절망하는 자아"로 묘사했으며,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없이는 인간은 본질적 불안을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타락은 하나님의 형상을 완전히 제거하지는 않았지만,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했습니다. 인간은 여전히 이성과 도덕성을 지니지만, 그것이 하나님을 향한 바른 방향으로 기능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간 존재는 스스로를 구원하거나 완성할 수 없으며, 신적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3.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형상의 완전한 현현과 회복의 길

      신약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형상의 완전한 현현으로 제시합니다. 바울은 골로새서 1장 15절에서 그리스도를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라고 선언하며, 히브리서 1장 3절은 그를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요 그 본체의 형상"이라고 묘사합니다. 이는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 존재의 참된 본질과 목적이 온전히 드러났음을 의미합니다.

      칼 바르트(Karl Barth)는 『교회교의학』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참된 인간의 원형(original image)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는 인간이란 본래 예수 그리스도를 닮도록 창조되었으며, 그리스도 안에서만 참된 인간성이 계시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구원은 단지 죄책의 제거가 아니라, 존재 전체의 변혁이며, 그리스도의 형상에 참여(participation)하는 사건입니다.

      그리스도는 새로운 아담으로서(롬 5장, 고전 15장), 타락한 인류를 대표하여 순종을 완성하셨습니다. 그의 삶과 죽음, 부활은 인간 존재의 회복과 재창조를 가능케 합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그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함으로써, 옛 자아를 벗고 새 사람을 입게 됩니다(엡 4:22-24).

      그리스도 안에서 형상의 회복은 단순히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더 깊고 완성된 하나님-인간 관계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는 피조물과 창조주 사이의 영원한 사랑의 교제를 지향하는 존재론적 상승(ontological ascent)입니다.

       

      4. 성령과 교회 공동체: 점진적 형상 회복의 여정

      하나님의 형상 회복은 순간적인 사건이 아니라, 성령 안에서 이루어지는 점진적 성화(sanctification) 과정입니다. 고린도후서 3장 18절은 성도들이 "주의 영광을 바라보면서 그와 같은 형상으로 점점 변화"한다고 말합니다. 이는 성령이 우리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새롭게 빚어 가시는 신비롭고 역동적인 과정을 나타냅니다.

      성령은 인간 존재의 심층적 구조—욕망, 감정, 사고방식, 의지—를 변화시키며, 인간을 하나님의 사랑과 진리로 재형성합니다. 이는 단순한 외적 행위의 개선이 아니라, 존재론적 변혁입니다. 성령은 우리의 왜곡된 사랑의 질서를 회복시키고, 하나님과 이웃을 올바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합니다.

      형상의 회복은 철저히 공동체적 차원에서도 이루어집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Body of Christ)으로서, 하나님의 형상이 다채롭게 드러나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은사와 배경, 경험을 가진 지체들이 사랑 안에서 하나 되어 하나님의 형상을 증언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디트리히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공동생활』(Gemeinsames Leben)에서 교회를 "그리스도의 현존 안에서 서로를 위한 존재"라고 정의하며, 공동체적 사랑과 용서가 하나님의 형상 회복의 실질적 통로임을 강조했습니다.

       

       

      하나님의 형상 회복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적 주제입니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으나 타락으로 인해 그 형상이 훼손되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고, 성령의 사역을 통해 점진적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 회복은 단순한 개인적 성취나 심리적 안정이 아니라, 존재 전체의 변혁입니다. 하나님의 형상 회복은 우리로 하여금 자기중심성과 소외를 넘어 사랑과 관계, 진리와 자유 안에서 참된 자아를 살아가게 합니다. 또한 이 회복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공동체적 차원에서도 구현되어야 하며, 모든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소명을 긍정하는 실천적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오늘날 정체성의 혼란과 자기 상실이 만연한 시대 속에서, 기독교는 하나님의 형상 회복이라는 위대한 소망을 제시합니다. 이는 단지 과거의 신학적 논의가 아니라, 오늘 우리 각자와 공동체 모두에게 주어진 살아 있는 부르심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가는 여정을 계속 이어가야 하며, 그 여정은 존재와 사유, 사랑과 실천, 현재와 영원을 모두 포괄하는 거룩한 순례입니다.

      '종교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임 윤리  (0) 2025.05.02
      공동체: ‘교회’의 철학적 의미  (0) 2025.05.01
      기독교적 자아 이해  (0) 2025.04.29
      기독교 역사 속 위대한 철학자들  (0) 2025.04.28
      기도 철학  (0)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