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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 4. 29.

    by. aha282ad

    목차

      기독교 신앙은 인간 존재를 단순히 생물학적 실체나 사회적 관계망의 일부로만 보는 것을 넘어,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으로 지음받은 독특하고 존엄한 존재로 이해합니다. 창세기의 원초적 선언에서부터 시작하여, 교부 철학, 중세 스콜라 신학, 종교개혁기의 인간 이해, 그리고 현대 기독교 심리학과 신학에 이르기까지, 기독교는 인간 정체성과 존재 의미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져왔습니다. 인간이 누구이며,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일은 곧 하나님을 아는 일과 직결된다고 보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성경적 토대 위에 세워진 기독교적 자아 이해를 주요 시대별로 조망하며, ‘하나님의 형상’ 개념이 인간 존재를 어떻게 규정해왔는지를 탐구하고자 합니다. 특히 인간 존재의 내적 깊이, 관계성, 존재론적 지향성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하나님의 형상이 어떻게 인간 정체성을 구성하는지를 살펴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가 제기하는 인간 소외, 자기 상실, 정체성 혼란의 문제에 대해 기독교가 어떤 신학적 통찰과 실천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기독교적 자아 이해

       

      1. 하나님의 형상: 창조 이야기의 근원

      기독교적 인간 이해의 출발점은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입니다. 창세기 1장 26~27절은 "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자"라는 신성한 의논으로 인간 창조를 묘사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특별한 지위를 천명합니다. 인간은 단순히 자연 질서 안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체들과 동일선상에 놓이지 않으며, 하나님의 영광을 반영하고 구현하는 존재로서, 창조 세계 가운데 독특한 사명을 부여받았습니다.

      고대 근동 사회에서도 왕은 신의 대리자로 여겨졌지만, 성경은 모든 인간이, 성별, 신분, 인종을 초월하여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기독교 인류학의 급진적 평등 사상을 탄생시킨 토대이며, 이후 인권 사상과 인간 존엄성 개념에 결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간의 가치는 기능적 역할이나 사회적 인정에서 비롯되지 않고, 존재 자체에서 주어지는 것입니다.

      초기 교부들은 ‘형상’(imago)과 ‘모양’(similitudo)을 구별하여 인간 존재의 역동성을 설명하려 했습니다. 이레니우스는 형상은 모든 인간이 소유하는 신적 특질(이성, 자유의지)로 주어졌지만, 모양은 하나님의 은혜와 인간의 응답을 통해 성숙해가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아타나시우스는 타락 이후에도 형상이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았지만, 오염되고 왜곡되었다고 설명하면서, 구속의 과정은 이 형상의 회복을 향한 여정이라고 보았습니다.

      ‘하나님의 형상’ 개념은 인간 존재를 정태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님을 닮아가는 여정 속에 있는 존재로 이해합니다. 인간은 창조된 그 순간부터 하나님을 향해 열려 있으며, 존재의 방향성과 목적을 하나님 안에서 발견하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이러한 이해는 오늘날에도 모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변함없이 천명할 뿐만 아니라, 인간 존재를 끊임없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역동적 실체로 봅니다.

       

      2. 아우구스티누스: 내면으로의 여정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 존재의 심층적 내면성을 탐구한 기독교 철학의 거장입니다. 그는 『고백록』(Confessiones)에서 자신이 어떻게 외부 세계의 쾌락과 야망을 좇다가 결국 하나님을 찾게 되었는지를 서정적으로 묘사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한 종교적 개종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 내면 깊숙이 새겨진 하나님의 흔적을 발견해가는 존재론적 탐구의 기록입니다.

      그는 인간 자아를 이해하려면 먼저 하나님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여, 나는 주를 알기 전에는 나 자신을 알지 못했습니다"라는 고백은, 인간 존재가 본질적으로 하나님 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신학적 통찰을 함축합니다. 인간은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실체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자신을 이해하고 완성할 수 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 영혼을 삼위일체적 구조를 가진 존재로 이해했습니다. 기억(memoria), 이해(intellectus), 의지(voluntas)는 성부, 성자, 성령의 내적 관계를 반영하는 인간 내면의 구조입니다. 이는 인간 자아가 고립된 단일 실체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사랑과 지향성을 내장한 관계적 실체임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기억을 통해 자신을 신적 기원에 연결시키고, 이해를 통해 진리를 탐구하며, 의지를 통해 선을 선택하는 존재입니다.

      또한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 존재의 타락과 은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인간은 스스로 진리와 선을 이룰 수 없으며,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자아의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그의 은혜론은 인간 자아 이해를 심오하게 심화시켰으며, 자아의 회복이 단순한 자기 계발이 아니라, 신적 은혜에 의존하는 존재론적 사건임을 밝힙니다.

       

      3. 칼 바르트: 관계 안에서의 존재

      칼 바르트는 20세기 기독교 신학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새롭게 해석하며, 인간 존재를 근본적으로 관계적 존재로 이해했습니다. 그는 『교회교의학』(Kirchliche Dogmatik)에서 인간을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 속에서만 존재 의미를 갖는 자"로 규정했습니다. 바르트에게 인간은 하나님과, 타인과, 자연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실현합니다.

      그는 하나님의 형상을 인간의 이성적 능력이나 도덕적 성취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형상은 사랑과 자유의 인격적 관계 능력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인간은 사랑할 수 있고, 자유롭게 응답할 수 있으며, 책임질 수 있는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이러한 관계적 이해는 현대 사회가 경험하는 인간 소외, 공동체 해체, 관계 파탄의 문제에 대한 신학적 치유의 길을 제시합니다.

      바르트는 예수 그리스도를 참된 인간의 모범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는 참 하나님이시며 동시에 참 인간이시다"라고 선언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인간의 참된 자아가 계시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예수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과의 완전한 관계, 타자에 대한 온전한 사랑, 존재의 목적을 발견합니다. 따라서 그리스도는 단순한 종교적 구세주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원형이자 완성입니다.

      이러한 바르트의 통찰은 인간 존재를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타자를 향해 열려 있으며, 사랑 안에서만 자신을 실현할 수 있는 존재로 재규정합니다. 이는 오늘날 극심한 개인주의와 실존적 고립을 극복하는 데 깊은 신학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4. 현대 기독교 심리학: 통합적 자아 이해

      20세기 후반 이후 기독교 심리학은 신앙과 심리학의 통합을 시도하며, 인간 존재의 심리적·영적 통합을 추구해왔습니다. 래리 크랩(Larry Crabb), 폴 브랜트(Paul Brand),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등은 인간 존재의 깊은 갈망이 궁극적으로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향한 것임을 강조했습니다.

      래리 크랩은 인간 내면에 세 가지 기본적 욕구—의존성, 정체성, 목적성—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 욕구들은 타락한 인간성 속에서 왜곡된 방식으로 표현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인간이 자기중심성과 두려움, 거짓된 자아를 통해 이 욕구를 충족하려 하지만, 참된 만족은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심리적 치유는 곧 영적 치유이며, 자아 회복은 곧 하나님과의 친밀성 회복입니다.

      헨리 나우웬은 인간 자아가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존재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세상은 인간에게 "나는 내가 가진 것, 하는 것, 다른 사람들이 인정하는 것"이라고 속삭이지만, 복음은 "나는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다"라고 선언한다고 말합니다. 인간 정체성은 외적 성취나 평가에 기초하지 않고, 무조건적 하나님의 사랑에 뿌리내려야 합니다.

      이러한 현대 기독교 심리학의 통합적 접근은, 인간 존재를 단순히 심리적 기제나 사회적 조건의 산물로 축소하지 않고, 하나님과의 관계라는 초월적 차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인간 존재는 상처받고 왜곡될 수 있지만,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습니다.

       

       

      기독교적 자아 이해는 인간 존재를 하나님의 형상으로부터 설명하며, 인간의 참된 정체성을 외적 조건이나 성취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안에서 발견합니다. 창세기의 선언에서 출발하여, 아우구스티누스의 내면적 탐구, 칼 바르트의 관계적 존재 이해, 현대 기독교 심리학의 통합적 자아론에 이르기까지, 기독교는 인간 존재의 신비와 깊이를 끊임없이 탐구해왔습니다.

      이러한 통찰은 현대 사회가 경험하는 자기 상실, 인간 소외, 정체성 혼란의 문제에 대해 깊은 신학적 대답을 제공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만들 수 없으며, 하나님의 창조와 부르심 안에서 자신의 참된 자아를 발견합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사랑과 관계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여정 속에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 안에서 존재의 의미를 완성해 갑니다. 이러한 여정은 단지 과거의 신학적 논의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부르심이며, 우리 모두를 진정한 자아와 참된 삶으로 이끄는 초월적 부르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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